경주 동국대 김성철 교수

신간안내: 역설과 중관논리 - 반논리학의 탄생 본문

신간안내

신간안내: 역설과 중관논리 - 반논리학의 탄생

천수천안 2019. 12. 1. 07:43

 

 

 

 

네이버 책 소개

 

전자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873674

 

종이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0693

 

 

책 소개

 

불교 중관학의 최고 권위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김성철 교수가 지난 30년 동안 발표했던 논문들 가운데, 중관학의 반논리학 관련 논문 모음집이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학의 반논리학'이라는 제목의 제부에는 가산학술상 수상 기념 논문 <역설과 중관논리>가 실려 있다. 부에는 중관학과 불교논리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중론에 대한 인명학적 주석의 가능성>, <Sambandhaparīkṣāvṛtti중론>, <무인(無因), 지비지(至非至)상사 논법에 대한 중관학적 수용과 인명학적 해석>, <중관논리의 기원에 대한 기초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 네 편이 실려 있다. 부에는 중론게송 제작의 비밀이라는 제목 아래 <팔부중도(八不中道)사상의 시원으로서의 도간경(稻芉經)과 연기의 중도적 의미>, <중론귀경게 팔불의 배열과 번역>, <중론 Śloka의 제작방식과 번역>이라는 제목의 논문 세 편과 <불설도간경>(번역)이 실려 있다. 이 책 머리말에서 저자는 중관논리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관논리는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에 의해 창안되었지만, 그 사상적 연원을 ?반야경?의 공()사상과 초기불전의 연기설(緣起說)에 둔다. 따라서 중관논리는 공의 논리이기도 하고, ‘연기의 논리이기도 하다. 또 흑백논리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사유를 비판하기에 중도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고, 중관논리를 통해 종교적, 철학적 번민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기에 열반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온갖 이론과 망상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속박에서 해방되기에 해탈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다. 또 인간 이성의 이율배반적 사유가 빚어낸 갖가지 이론의 허구성을 드러내기에 해체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관논리는 우리의 논리적 사유를 비판하는 반논리(反論理, Counter Logic)’인 것이다. 우리는 중관학의 반논리학을 훈련함으로써 종교적, 철학적 의문에서 해방되며, 그 동안 내가 견지하던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의 상대성을 자각하게 된다.”

 

분량 - 296페이지

가격 - 종이책 19,000/ 전자책 12,000

출판사 - 도서출판 오타쿠

출판일 - 20191129

 

 

--------------------

 

목차

 

책머리에 3

차 례 11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학의 반논리학

 

역설(paradox)과 중관논리

. 역설이란? 19

. 용수의 논서에서 발견되는 역설적 상황 24

. 중관논리와 역설의 구조 29

. 역설적 상황이 야기되는 이유 35

. 역설의 해결 45

 

중관학과 불교논리학의 만남

 

중론에 대한 인명학적 주석의 가능성

- 청변(Bhavaviveka)의 시도와 월칭(Candrakīrti)의 비판 -

. 들어가는 말 63

. 중론주석에 도입되는 인명학 66

1. 논쟁의 소재와 불호의 주석 방식 66

2. 불호에 대한 청변의 비판 69

3. 청변의 주석 방식 71

. 인명학적 중론주석에 대한 월칭의 비판과 청변적 해명 73

1. 불호의 주석에도 추론식이 내재한다 73

2. ‘승의에 있어서라는 한정사는 불필요하다 75

3. 청변의 추론식은 정언적 추론식이 아니다 77

4. 청변적 해명 84

. 맺는 말 86

 

Sambandhaparīkṣāvṛtti중론

. 문제의 제기 89

. SP의 내용개관 92

. SPV와 중관논리 그리고 중론 96

1. SPV에서 발견되는 중관논리 96

1게에 대한 주석 97

3게에 대한 주석 102

18게에 대한 주석 107

그 밖의 주석 111

2. SP중론 115

. 맺는 말 121

 

무인, 지비지상사 논법에 대한 중관학적 수용과 인명학적 해석

. 들어가는 말 - 자띠 논법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인명학 123

. 무인, 비지상사 논법의 의미 127

1. 무인상사 논법의 의미 127

2. 비지상사 논법의 의미 130

. 무인, 비지상사 논법의 중관학적 수용 134

1. 중관논서에 수용된 무인상사 논법 134

2. 중관논서에 수용된 지비지상사 논법 141

. 무인, 비지상사 논법에 대한 인명학적 해석 144

. 맺는 말 - 중관학과 인명학의 화해 152

 

중관논리의 기원에 대한 기초적 연구

? ≪방편심론시동-상응논법에 대한 검토 -

. 연구사 개관 및 연구의 목적 155

. 방편심론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 158

1. 방편심론의 저자에 대한 문제 158

2. 방편심론의 구성 162

3. 방편심론상응니야야수뜨라자띠 164

. ‘시동-상응논법의 의미와 그 적용 170

1. ‘시동-상응니야야수뜨라무인-상사의 비교 171

2. 광파론회쟁론에 등장하는 시동-상응논법 173

3. 중론에서 구사되는 시동-상응논법 180

. ‘상응 논법의 의의 185

1. 월칭의 귀류법과 상응-논법 185

2. 붓다 교설의 방편적 성격과 상응-논법 189

. 요약 및 연구전망 190

1. 요약 190

2. 연구전망 192

 

중론게송 제작의 비밀

 

팔부중도사상의 시원으로서의 도간경과 연기의 중도적 의미

. 도간경에 주목하는 이유와 그 연구 방법 195

. 도간경에 대한 문헌학적 검토 198

1.≪도간경류의 제 문헌. 198

2. 도간경류 제 문헌의 성립시기 201

. 도간경의 내용과 여타 경전과의 관계 204

1. 도간경도입부에 대한 검토 205

2. 도간경의 연기사상 206

3. 연기에 대한 중도적 조망 207

4. 팔불게의 시원인 오종관(五種觀) 209

. 도간경을 통해 본 팔불게와 십이연기의 의미 214

 

성스러운 도간이라는 대승경

. 서장 219

1. 설처와 설자 219

2. 사리불의 물음 219

3. 미륵의 간략한 대답 220

연기의 의미 220

법의 의미 221

부처의 의미 221

경구 해설 221

. 본장 - 미륵의 상세한 대답 222

1. 연기의 구조 222

2. 외연기 223

외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 223

외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의 내용 223

외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에 대한 무아관 223

외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 224

외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의 내용 224

외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에 대한 무아관 225

외연기에 대한 5종관 225

3. 내연기 226

내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 227

내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의 내용 227

내연기 중 인과 결부된 것에 대한 무아관 227

내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 228

내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의 내용 228

내연기 중 연과 결부된 것에 대한 무아관 228

내연기에 대한 종합적 해설 229

12지분에 의한 내연기 해설 229

a. 12지연기의 의미-1 231

b. 12지연기의 의미-2 231

c. 12지연기의 의미-3 231

d. 12지연기에 대한 진제적 조망 232

4지분에 의한 내연기 해설 233

a. 4지분의 내용 233

b. 4지분에 대한 무아관 233

c. 4지분에 대한 진제적 조망 234

내연기에 대한 종합적 예시 234

내연기 중 안식의 예시 234

a. 내연기 중 안식의 발생과정 234

b. 내연기 중 안식에 대한 무아관 235

내연기 중 윤회의 예시 235

a. 거울의 비유 235

b. 달의 비유 236

c. 불의 비유 236

d. 내연기 중 윤회에 대한 무아관 237

내연기에 대한 5종관 237

. 종장 238

1. ‘연기를 봄의 의미와 그 소득 238

2. 여래의 수기 240

3. 대중의 찬탄 240

 

중론귀경게 팔불의 배열과 번역

 

. 문제의 제기 241

1. 팔불 배열의 문제 241

2. 팔불 번역의 문제 243

. 팔불의 배열 244

1. 불생불멸과 불상부단 244

2. 불일과 불이 246

3. 불래불거와 불이불일 250

4. 비이의비일의(非異義非一義)의 문제 250

. 팔불의 번역 253

1. aan의 번역 253

2. artha의 문제 257

3. nirgama의 문제 258

. 종합적 고찰 259

 

중론슐로까(Śloka)의 제작방식과 번역

 

. 들어가는 말 263

. Śloka 형식 개관 264

. 중론Śloka의 제작방식 265

1. 어순의 도치 267

2. 단어의 교체 269

3. 단어의 변형 272

4. 허사의 삽입 274

. 중론Śloka의 번역 278

. 맺는말 280

 

--------------------

 

출판사 서평

 

한국의 중관사상은 김성철 선생님이 중론을 옮기기 전과 후로 나뉜다.”(중관학자 신상환)고 평하듯이 국내의 중관학 연구에서 최고의 권위자를 꼽으라면 출, 재가를 막론하고 누구든 서슴지 않고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김성철 교수를 든다. <나가르주나의 운동 부정론>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중론(1993), 불교의 중심철학, 회쟁론, 백론십이문론(1999) 등 중관학과 관련하여 핵심이 되는 문헌과 연구서를 번역, 출간하였고, 단독저술로는 박사학위논문인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1997) 외에 회쟁론 범문장문 문법해설집(1999),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2004), 중관사상(2006), 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2011) 등이 있다. 이렇게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면서 중관학과 관련하여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들 논문 가운데 논리적이고 문헌학적인 것들만 추려서 역설과 중관논리 - 반논리학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달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김성철 교수가 출간한 중관학 관련 단행본들에 못지않게, 논문들 또한 연구의 전문성과 창의성에서 모두 획기적인 것들이다. <역설과 중관논리>는 러셀이 발견한 집합론의 역설과 중관논리의 유사성을 밝혀낸 최초의 논문이고, <Sambandhaparīkṣāvṛtti중론>은 불교논리가인 다르마끼르띠(법칭)의 저술에서 중관학의 영향을 찾을 수 없다는 슈타인켈러(Ernst Steinkellner, 1937~)의 주장에 대해 반례를 제시한 심도 있는 논문이다. 이 이외에 이 책에 실린 다른 논문들 모두 김성철 교수였기에 쓸 수 있는 전문적이고 창의적이고 개척적인 논문들이다. 이 책을 정독하는 독자는 공()의 의미와 중관논리(中觀論理)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함은 물론이고, 산스끄리뜨어, 티벳어, 한문 등 불교원전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집요하고 치밀하게 중관학의 핵심을 드러내는 김성철 교수의 학문적 내공을 통해 중관학과 불교학의 심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저자소개

 

 

김성철 

 

법명은 도남. 1957년생.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1997).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불교사회문화연구원장,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 회장(23) 겸 이사장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 불교문화대학원장, 티벳장경연구소장과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다. 10여 권의 저·역서와 80여 편의 논문이 있으며, 저서 가운데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 3권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고, '승랑-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는 한국연구재단 10년 대표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6회 가산학술상(가산불교문화연구원, 1996), 19회 불이상(불이회, 2004), 1회 올해의 논문상(불교평론, 2007), 6회 청송학술상(청송장학회, 2012)을 수상하였다. ‘김성철 체계불학스마트폰 앱(Google Play)이 있으며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카페(www.kimsch.net)를 운영하고 있다.

 

-------------------

 

책머리에

 

  반야경의 공()사상이나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년경)의 중관논리(中觀論理)를 접한 사람들이 흔히 제기하는 의문이 있다. “모든 것이 공하다면, 그 말도 공할 텐데,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가?” “중관논리를 통해서 논리의 세계에서 벗어난다고 하지만, 중관논리 역시 논리 아닌가?” 지금부터 1,800여 년 전, 반야경이 출현하여 공사상이 인도불교계에 널리 보급되고, ()의 의미에 대해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중론(中論)이 저술되었던 용수 당시에도 이와 똑같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논적(論敵)은 용수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만일 그 어디에든 모든 사물들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실체를 갖지 않는 그대의 말은 결코 실체를 부정할 수 없다(1). 만일 그 말이 자성을 갖고 있다면 앞에서의 그대의 주장은 파괴된다. 그런 경우에 불일치가 있으며, 특별한 이유가 말해져야 하리라(2).” 용수가 저술한 회쟁론(廻諍論)서두에 실린 논적의 비판이다. 용수가 중론에서 구사하던 역설(逆說) 논법을 역이용하여, 논적은 모든 사물에 실체가 없다.”는 공사상을 비판하였던 것이다. 물론 용수는 뒤에 이어지는 게송에서 이에 대해 멋지게 반박하였다.

회쟁론의 산스끄리뜨 제목은 Vigrahavyāvartanī로 우리말로 쉽게 풀면 논쟁을 되받아치기또는 논쟁과 반박이라는 의미가 된다. 70수의 게송과 말미에 실린 한 수의 귀경송(歸敬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반 20수에는 공사상에 대한 논적의 비판이 실려 있고, 후반 50수에는 그에 대한 용수의 반박이 실려 있다. 본서의 제목으로 삼은 <역설과 중관논리>는 이러한 회쟁론의 문답을 소재로 삼아 필자가 19977월에 가산학보를 통해 발표했던 논문이다. 1993중론청목소 역주본을 출간한 후 2년 뒤인 1995, 필자는 중관학에 대한 정평 있는 개론서인 불교의 중심철학(T.R.V. Murti 지음)을 번역, 출간하였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높게 평가해 주신 가산불교문화연구원으로부터 1996년 제6회 가산학술상을 받으면서 작성한 논문이 <역설과 중관논리>였다. 주경야독 하듯이 치과진료와 불교공부를 병행하던 필자가 불교학계에서 처음 받은 상이었기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기념비적인 논문을 써야 하겠다는 중압감 속에서 고심하면서 작성한 논문이었다.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l, 1972-1970)이 고안하여 서양수학의 역사에 파란을 일으켰던 집합론의 역설(Paradox), 용수가 개발한 중관논리의 양자 간에 무언가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는 직관으로, 논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3일 동안, 운전을 하든, 진료를 하든, 밥을 먹든, 길을 걷든, 역설과 중관논리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마치 화두를 들 듯이 고심했던 그 때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레카(Eureka)! 양자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넣을 수도 없고 뺄 수도 없는 역설의 논리 구조는 중관논리의 4구 비판 가운데 제1구 비판 및 제2구 비판과 그 논리구조가 같았다. 예를 들어 낙서금지라는 역설적 문구를 벽에 써놓았을 때, ‘낙서금지라는 말 역시 낙서에 포함되기에 자가당착에 빠지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낙서금지라는 말만은 낙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사실에 위배된다. 넣어도 틀리고 빼도 틀리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떨어진다. 이는 비가 내린다.”는 말의 의미를 면밀히 분석할 때, ‘내림을 갖는 비가 내리기에 내림이 두 번 있게 되는 의미 중복의 오류가 발생하고(1구 비판), 내림을 갖지 않는 비가 내린다면 그런 비는 존재하지 않기에 사실 위배의 오류가 발생하는(2구 비판) 중관논리의 궁지와 다르지 않았다. 과문(寡聞)하긴 하지만, <역설과 중관논리>는 불교의 중관논리와 수학의 집합론의 역설에서 논리적 구조의 공통점을 제시한 최초의 논문일 것이다. 이 논문은 1997, 그러니까 박사학위를 받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학문의 세계에 갓 입문한 초보연구자로서 구상하고 작성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산학술상 수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서 심혈을 기울여 공부하고 숙고하면서 작성한 논문이었고, 지금도 중관학 관련하여 대표 논문을 들라면 필자는 이 논문을 든다. 독자 여러분의 정독(精讀)을 청한다.

본서 제부에서는 중관학과 불교논리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네 편의 논문을 모았다. 이 네 편은 인명학(因明學)이라고 불리는 불교논리학중관학의 관계, 영향, 공통점, 차이점 등에 대해 분석한 논문들이다.

첫 번째로 실은 <중론에 대한 인명학적 주석의 가능성>은 중관 자립논증파(自立論證派)의 시조로 불리는 청변(淸辯, Bhāvaviveka)이 저술한 반야등론(般若燈論, Prajñāpradīpa)과 귀류논증파(歸謬論證派)를 대표하는 월칭(月稱, Candrakīrti)정명구론(淨明句論, Prasannapadā)에 실린 두 논사 간의 논쟁을 면밀히 검토한 논문이다. 주지하듯이 자립논증파나 귀류논증파라는 이름은 후대에 티벳에서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을 쓰면서 두 논사에게 그런 학파적 의식이 없었다는 점, 통념과 달리 월칭 역시 중론을 주석하기 위한 자립적 논증식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점 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다음에 실린 <Sambandhaparīkṣāvṛtti중론>은 불교논리학의 거장 법칭(法稱, Dharmakīrti, 6-7세기)이 저술한 Sambandhaparīkṣāvṛtti(觀關係品註)에서 용수의 중관논리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힌 논문이다. 불교논리학 연구의 메카라고 불리는 비엔나 대학의 슈타인켈너(Ernst Steinkellner, 1937~)는 법칭의 저술에서 중관학적 성격을 갖는 구절을 자신은 아직껏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 논문에서 필자는 상기한 법칭의 저술에서 구사되는 중관논리를 드러냄으로써 이런 주장을 반박하였다.

세 번째 논문인 <무인(無因), 지비지(至非至)상사 논법에 대한 중관학적 수용과 인명학적 해석>은 참으로 심혈을 기울여 쓴 논문이다. 중관논리는 그 기원을 방편심론20가지 상응(相應)논법 또는 니야야수뜨라(Nyāya Sūtra)장에 실린 24가지 자띠(Jāti)논법에 둔다. 상응 또는 자띠 논법 모두 반()논리적인 논법이다. 용수의 저술로 포장되어 있는 방편심론(方便心論)에서는 상응논법을 정당한 논법으로 수용하는 반면, 외도인 니야야수뜨라의 저자는 자띠논법을 부당한 논법이라고 비판한다. 동일한 성격의 논법인데, 불교 측과 니야야학파 측에서 이 논법을 대하는 태도는 이렇게 상반되었다. 상응 또는 자띠 논법은 세친(世親, Vasubandhu, 4-5세기)여실론(如實論)이나 진나(陳那, Dignāga, 480-540년경)인명정리문론(因明正理門論)집량론(集量論)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 논서를 개관해 보면 세친이나 진나 모두 이들 논법을 부당한 논법으로 비판한 것 같아 보인다. 세친과 진나는 불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논법에 대해 용수와 상반된 태도를 보인 듯하다. 그런데 자띠 또는 상응 논법 가운데 무인상사 논법이나 지비지상사 논법에 대한 세친과 진나의 설명을 보다 면밀히 조사해 보면, 존재론적 원인인 생인(生因)에 대해서는 이 논법을 구사할 수 있어도, 인식론적 원인인 현인(顯因)에 대해서는 구사하지 못한다는 설명이 발견된다. 즉 추론식에서 종(,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 근거)에 대해 이들 논법을 사용하여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사물의 세계에서 과(, 결과)를 산출하는 인(, 원인)을 비판할 때 이들 논법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반논리학인 중관학과 불교논리학의 접점이다.

네 번째 논문인 <중관논리의 기원에 대한 기초적 연구>는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을 준비하면서 시범적으로 작성한 논문이다. 방편심론의 저자를 추정해 보고, 그 구성을 개관하며, 방편심론의 상응논법과 니야야수뜨라의 자띠논법을 비교한 후, 시동상응(時同相應) 논법을 본보기로 삼아 용수의 광파론(廣破論)회쟁론에서 이 논법이 구사되는 모습을 조명해 보았다.

본서 제부에서는 중론게송 제작의 비밀이라는 제목 아래 세 편의 논문과 이와 관계된 한 편의 번역을 모았다. 실린 차례대로 나열하면 <팔부중도(八不中道)사상의 시원으로서의 도간경(稻芉經)과 연기의 중도적 의미>, <불설도간경>(번역), <중론귀경게 팔불의 배열과 번역>, <중론 Śloka의 제작방식과 번역>의 네 편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논문은 중론귀경게 가운데 팔불게의 근거가 도간경에 있다는 점을 밝힌 논문이고, 두 번째는 그런 도간경산스끄리뜨문의 우리말 번역이다. 세 번째 것은 중론귀경게의 불생, 불멸, 불상, 부단, 불일, 불이, 불래, 불거의 팔불의 배열 순서가 산스끄리뜨 원문, 티벳어 번역문, 한역문에서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힌 논문이고, 마지막은 슐로까(Śloka)라는 시() 형식의 제약으로 인해, 또는 그에 부합하기 위해서 용수가 피치 못하게 중론의 산스끄리뜨 게송에 부가한 단어와 어순의 조작을 분석한 논문이다.

본서에는 이렇게 중관논리와 관계된 여덟 편의 논문과 번역문 한 편을 수록하였는데, 모두 필자의 순수한 학문적 욕구에서 치열하게 연구하여 작성한 것들이었다. 성격이 유사한 논문들을 세 그룹으로 묶어서 수록했는데, 논문의 작성 시기는 들쑥날쑥하겠지만, 시기적으로 앞선 것이라고 해서 격이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게재 학술지 이름과 발간 시기는 각 논문의 말미에 적어 놓았다.

불교공부나 수행경력이 오래인 독자라고 하더라도, 중관논리(中觀論理)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 보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관논리는 용수가 저술한 중론이나 회쟁론, 광파론과 같은 중관학(中觀學) 문헌에서 구사하는 논리로, 문자 그대로 중도(中道)를 직관(直觀)케 하는 논리.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도는 가운데의 길이 아니라 양 극단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관논리는 흑과 백의 양 극단을 비판하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이분법적(二分法的)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논리적 사유(思惟)를 비판하는 논리가 바로 중관논리인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 사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대해 갖가지 이론을 구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적 사유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나는 누굴까?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될까? 내생이 있는가, 없는가? 이와 같은 철학적, 종교적 의문들에 대해서 누군가가 답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답이 제각각이라서 어느 답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불교의 중관학에서는 이런 의문들에 종지부를 찍어준다. 그런 형이상학적인 의문들에 대해 어떤 답을 도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의문을 만들어낸 논리적 사유의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그런 의문들이 모두 허구의 의문임을 자각케 하여 의문을 해소시켜 준다. 중관논리는 해소의 논리인 것이다.

중관논리는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에 의해 창안되었지만, 그 사상적 연원을 반야경의 공()사상과 초기불전의 연기설(緣起說)에 둔다. 따라서 중관논리는 공의 논리이기도 하고, ‘연기의 논리이기도 하다. 또 흑백논리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사유를 비판하기에 중도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고, 중관논리를 통해 종교적, 철학적 번민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기에 열반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온갖 이론과 망상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속박에서 해방되기에 해탈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다. 또 인간 이성의 이율배반적 사유가 빚어낸 갖가지 이론의 허구성을 드러내기에 해체의 논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관논리는 우리의 논리적 사유를 비판하는 반논리(反論理, Counter Logic)’인 것이다. 우리는 중관학의 반논리학을 훈련함으로써 종교적, 철학적 의문에서 해방되며, 그 동안 내가 견지하던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의 상대성을 자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세대, 이념, 계층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의 표면적 이유가 무엇이든, 그 근원은 인간 사유의 이율배반적 속성에 있다 하겠다. 즉 동일한 어떤 사안에 대해 골똘히 따져서 그 해답을 추구해 보면, 사람에 따라 전혀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기도 하는데, 이 때 어느 한 쪽의 결론이 옳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따지는 힘인 인간 이성(Reason)의 숙명적 한계로 인해 초래된 의견의 대립일 뿐이다. 중관학은 사유 그 자체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생각과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따라서 중관학의 반논리학이 우리 사회에 널리 보급될 때,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한 권으로 묶은 아홉 편의 글들을 꼼꼼히 읽으면서 교정도 보고 조언해 준 아내 길상화(吉祥華) 보살과, 본서의 출판 및 유통과 관련된 일들을 도맡아 필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차남 선중(宣中) 거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91110

慶州 寓居에서 圖南 金星喆 合掌